산행... 나를 비우는 시간...

2020년 1월 1일 설악산 대청봉 해맞이산행...

산골 낚시꾼 2020. 1. 2. 15:12

지난 일요일(12월 29일) 홍천연맹송년산행 후에 마련된 식사 자리에서 신년 해맞이 산행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좋다며, 몇몇 사람이 함께 가기로 했는데

30일, 31일, 이틀간 죽어라 일만 했더니 온 몸이 다 쑤시고 아프고...

'못간다고 할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새해 첫 산행이기도 하고, 칼을 뽑았으면 무우라도 썰라는 말처럼

'만약에 도저히 못가겠으면 들머리로 되돌아가서 차 끌고 날머리로 가서 다른 일행들을 기다리면 되겠지...' 하며 산행준비를 합니다.


출발시간은 홍천에서 새벽 2시...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려고 했지만 마눌님은 TV를... 딸내미는 왔다갔다... 막내 아들내미는 태블릿에 컴퓨터게임을 동시에... ㅠㅠ

큰 아들내미가 군대에 가있는게 다행인건지? ㅋㅋ

결국 잠이 들 기회를 놓치고 밤새 뒤척이다가 집을 나섭니다...


약속장소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함께 가시는 형님이 차를 몰고 오십니다.

그런데 차 안에는 달랑 두분뿐?

한분은 발을 다쳤고, 한분은 일이 생겼고, 다른 한분은 그 분이 안가시니까 그냥 패스,

또 한분은 연락이 안되는... 그런 상황 ㅠㅠ

거기다가 홍천에는 눈발이 살짝 날리고 있고, 일기예보에는 정오까지 구름 만땅이라고 나오고...

'못가겠다'라고 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출발합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도 가끔씩 눈발이 흩날립니다...


한계령과 오색... 두 곳중에 들머리를 어디로 할까 의논하다가

몸상태가 메롱이라 오색으로 강력히 요청~!

오색에서 좀 천천히 오르기로 합니다 ^^;;

일기예보에 인제와 설악산도 정오까지 날이 흐린 것으로 나왔지만

속초는 날씨가 맑은 것으로 나와 은근히 기대를...

하지만 한계령을 넘어도...

오색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도... 눈발이... ㅠㅠ

일찌감치 온 산객들 차량이 너무 많아서 1km쯤 아랫쪽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골짜기 바람이 장난이 아니네요...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온몸이 금새 얼어붙는거 같습니다...

출발부터 꽁꽁 싸매고, 핫팩도 두개나 챙기고 새벽 3시 33분에 등산로 입구로 올라갑니다.

강한 바람이 조금 얇은 것 같다고 생각했던 바지를 그대로 뚫고 들어옵니다. ㅠㅠ

만약에 한계령으로 올라갔다면...

으~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ㅠㅠ



그나마 등산로 입구까지 올라오니 바람이 덜 붑니다.


다들 산행준비에 분주합니다.


함께 하신 두분~

대청봉까지 오르기 전에는 DSLR로 사진을 찍지 않았네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찍어도 다 흔들린 사진만 남을테니까요 ^^;;


올라가다가 길이 밀려서 잠깐 짬깐 멈출때 핸드폰으로 찍어본 사진을 함께 올려봅니다.


어떤 분인지 후렛쉬가 엄청나게 밝네요 ㅎㅎ


산객들의 불빛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날 오색 등산로 입구주변에 주차된 차만 50여대 이상, 단체 등산객을 하차시키던 관광버스도 두대였습니다.

물론 제가 본 것보다 더 많았겠지만요...

아무튼 오색부터 대청봉까지 대부분의 구간에 이런 식으로 산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간혹, 급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정체가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많이 밀리거나 하지는 않았고,

바람도 심하게 불고 있었지만 숲속이라 다행히 그리 춥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는 겁니다. ㅎㅎ


반대로, 불행(?)이었던 것은 일행 중 한 분이

밀리는 것을 걱정해서인지 쉬지도 않고 계속 오르시네요...

설악폭포 위 깔딱고개를 오르기 전에 능이 끓인 물을 한잔 마신 것 말고는

대청봉 밑까지 쉬지도 않고 올랐다능... ㅠㅠ


아무튼 평소보다는 조금 늦게 대청봉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도착...

위, 아래로 든든히 껴입고 정상 부근에서 왔다갔다 하며 2020년의 첫 해를 기다립니다.

(정상부근은 아예 올라갈 생각을 안했지요~

바람이 너무 강해서 진짜 춥기도 하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밑에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듯~ ^^)


조금 기다리니 여명이 밝아옵니다...


점점 밝아오고, 서쪽에서는 구름이 계속 동쪽으로 태백산맥을 넘어오네요~






드디어 2020년 첫 태양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건강하고 웃음 가득한 삶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그 추운 날씨에도 모두가 하염없이 바라만 보네요 ^^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구름 사진 몇장~







어느새 7시 50분이 다 되어 갑니다.

6시 55분쯤 자리잡고 앉았는데 해맞이를 하느라 대청봉에서 거의 한시간이나 서 있었습니다. ^^;;

발끝이 좀 시렵기는 했지만 새로운 기운을 받아서인지 그리 춥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대청봉을 넘어 중청대피소로 발길을 옮깁니다.

어제 6시쯤 저녁을 먹고 꼬박 밤을 지새웠더니 에너지바를 하나 집어먹어도 배가 고프네요...


중청봉에 햇살이 들기 시작합니다.


구름에 드리워진 대청봉의 그림자가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사진 중앙이 대청봉 정상 표지석이 있는 곳입니다~

아예 표지석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중청으로 내려갑니다.

대청봉 표지석 끄트머리도 보지 못했습니다. ㅎㅎ



중청대피소 옆의 헬기장까지 사진처럼 산객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오색으로도 많이들 내려갔는데도 지난 단풍철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의 꽤 많은 날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오늘도 바람이 엄청납니다.

순간적으로 부는 바람에 중심을 못잡고 비틀거릴 정도입니다.

지금껏 대청봉에서 맞아봤던 바람중에 열 손가락안에 드는 것 같습니다.

몇년 전 눈보라 치는 날 올라왔을 때는 밧줄을 붙잡지 않으면 버틸수 없었고...

옆바람이 불면 몸이 옆으로 밀리고,

맞바람이 불면 몸이 뒤로 밀리고,

숨도 쉬기 힘들었었던 기억이 있네요...



날이 조금 더 청명했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오늘도 충분히 멋있어 보입니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취사장은 발디딜 틈은 있지만 자리를 펼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고,

매점앞 복도는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입니다.

대피소 외부에도 산객들로 북적입니다.

우리도 외부에 자리를 잡으려다가 그냥 희운각에서 먹기로 하고 중청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