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으로~ 바다로~*

이른봄 쏘가리 만나기

산골 낚시꾼 2009. 1. 31. 15:54
** 조춘(早春) 쏘가리...

긴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계절은 봄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도 긴 꼬리를 늘어뜨리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겨우내 손맛에 주린 성급한 루어낚시꾼들은 강으로 바다로 낚싯대를 들고  나서보지만
그리 좋은 조과는 만나지 못하고, 그나마 남녘 강가에서 시퍼런 배스 몇 마리로
아쉬운 대로 손맛을 달래고 있는 조춘(早春)

초봄에 다른 이들보다 며칠 먼저 쏘가리를 만난다고 뭐 크게 다르겠냐마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조우들 간에 누가 먼저 쏘가리 마수걸이를 하느냐하는
미묘한 경쟁심이 펼쳐지는 때 이기도하다.


* 쏘가리~!!

강계에서 행해지는 민물 루어 낚시의 최고봉.
빼어난 자태, 거짓 없는 시원한 입질 그리고 감칠맛으로 낚시인들을 사로잡는
우리나라 최고의 토종 육식 어류~!!

그런 쏘가리는 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동면을 하는 물고기이다.
하지만 동면이라는 표현보다는 ‘가사상태로 월동’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하다.

동면이라는 말을 되짚어 새겨보면, 한번 잠들면 먹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겨우내 자다가
수온이 따뜻해지면 깨어나 활발히 움직인다는 의미일 수 있겠지만,
사실 쏘가리들은 겨울동안에도 그리고 초봄에도 날씨가 며칠 푸근해서 수온이 올라가거나,
갑자기 수위가 뚝 떨어져서 월동처가 위협받는다거나 하는
월동에 장애가 되는 어떠한 변화가 생기면 가사상태에서 깨어나 제법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매년 이맘때, 겨우내 얼음이 얼지 않는 남도의 강가에서 만나는 쏘가리들은
겨우내 먹이활동을 제법 한 상태의 토실토실한 상태로 봄을 맞이하게 된다.



* 언제가 조춘(早春) 쏘가리 만나기가 좋은 날인가?

매년 2월 말, 입춘이 지나면 쏘가리 루어 낚시인들은 지그헤드에 글럽웜을 끼우며  
쏘가리를 만날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지만 실제로는 3월 중순 이후가 되어서야
쏘가리를 낚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일은 낚시를 갈수 없고 주말에만 낚시를 하게 되는 경우는 어쩔수 없지만,
그렇지 않고 평일에도 하루쯤은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쏘가리를 만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첫째, 몇 일간 날씨가 춥다가 갑자기 푸근해진 날보다는
푸근한 날씨가 몇 일간 지속되다가 갑자기 추워진 날이라도 후자가 더 유리하다.
(상대적인 수온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15도에서 내려간 13도보다,
10도에서 올라간 12도가 쏘가리의 움직임에는 더욱 유리하다라는...
절대적인 수치만으로 본다면 13도가 누가 보아도 유리하겠지만
실제로 쏘가리들이 느끼는 수온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물고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둘째, 구름이 끼고 바람이 적어 푸근한 느낌의 날보다는
바람이 불고 조금 춥더라도 햇빛이 있는 맑은 날이 더 유리하다.
(과학적으로 검증되거나 확인된 바는 없지만,
쏘가리의 등에 있는 아디다스(검은 세줄 무늬)는 햇볕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으며
저수온기에는 분명히 소화나 생체활동에 유리하게 사용된다고 느껴진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해가 구름뒤에 있을 때와
구름밖으로 햇살이 비칠 때의 입질이 차이가 있는 경험을 여러 번 하였다.)

또 하루 중에서도 햇볕이 따스해지는 것이 최고조에 달하는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1~2시경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봄날의 오후 2시 이후에는 거의 대부분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
이 봄바람은 낚싯줄을 늘어뜨려 낚시 자체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수온을 뚝 떨어트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해는 중천에 걸려 있지만 바람이 터지게 되면
수온은 곤두박질치게 되고 쏘가리 입질은 더욱 더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동틀녘과 해질녘은 수온과는 상관없이
조춘(早春)에도 변함없이 쏘가리 만나기 좋은 시간대이다.


* 어느 곳이 조춘(早春) 쏘가리 만나기가 좋은 곳인가?

전국적으로 조춘(早春)쏘가리 명당 포인트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탁한 물색을 가지고 있다.
둘째, 하루 종일 해가 잘 들고 특히 오후 시간대에는 서남향으로 해를 푹 안고 낚시하게 된다.
셋째, 복잡한 장애물 보다는 깊은 수심과 굵은 유속이 유지 되는 물골이 있다.

지금까지 3월초에 쏘가리를 만났던 포인트들...
낙동강의 낙단교 상류 돌무더기, 영산강의 용산마을 대나무밭 아래, 밀양강의 강태기,
금강의 왕진나루, 청양의 지천 등의 포인트는 전부 위와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꼭 위에서 열거한 조춘(早春) 명당이 아니더라고 본인이 알고 있는 포인트가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한번쯤 시간을 투자해 두드려볼만 하다.

다시 한번 상기할 것은 의외로 쏘가리는 물 흐름이 없는 소보다는
이른 봄이더라도 흐름이 다소 강하고 속물살이 살아있는  
물골 안에서 낚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대도시를 끼고 흐르는 강의 하류권이 주된 포인트인 경우가 많다.

쏘가리는 그렇게 맑은 물을 필요로 하는 물고기는 아니다.

특히 금강이나 낙동강, 영산강, 만경강 그리고 한강 등의 하류권의
2,3급수를 오락가락하는 물에서도 잘 살며,
그곳에 사는 쏘가리의 체형이나 색깔이 아주 건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쏘가리가 대도시를 거쳐 따스해진 강물 속에서 먼저 움직인다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투명하게 맑은 물보다 착색이 좀 되어 있는 물이
햇볕을 머금어 수온을 상승시키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 안쓰럽긴 하지만 너무 맑은 물보다는 조금은 탁한 물에서
조춘(早春) 쏘가리 포인트를 찾아보자.


* 어떻게 낚시하면 조춘(早春) 쏘가리 만나기가 쉬운 것인가?

역시 이른 봄 쏘가리 루어 낚시는 섬세하게 할 수 밖에는 없다.
년 중 최저수온에서 이제 막 빠져나온 쏘가리들은 빠른 동작의 루어는 보지도 못하고,
보았다고 해도 물지 못할 것이다.
쏘가리 눈 앞에서 적당히 천천히 움직여주는 루어에 반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조춘(早春) 쏘가리를 꼬드겨내는 맨 처음의 방법으로는
채비를 적당한 무게로 유속에 맞추어 천천히 물골 안 바닥근처로 흘려주는 것이다.
강물 안 어딘가에 들어 있는 물골을 찾아내는 눈이 필요하고
그 속에 가벼운 채비를 흘릴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입질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봄철 쏘가리 루어 낚시의 대부분은 이 동작의 반복이면 해결 된다.

하지만 그렇게 루어를 흘리는 동작만으로는 해결 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단 한두마리의 쏘가리가 잡히고, 물골 안에 쏘가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손목을 이용해 부드럽지만 강한 액션을 가미해 주는 것이 좋다.
철저히 물골 안쪽 바닥을 노리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물골의 바닥에 닿았다고 생각하면 탁~하고 끊어서 쳐주는 작은 동작을
가미해 주는 것이 유리하다.
리액션 바이트, 토끼뜀이라는 비슷한 단어가 있기는 하지만
한여름이나 가을 절정 시즌의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는 동작이다.

쏘가리가 있다고 생각되는 물골보다 상류로 채비를 던져서 가라앉으며 흘려 내려오던 채비가
나의 정면쯤에서 물골 안 바닥에 닿으면 톡하고 쳐주고, 조금 흘리고 톡 쳐주고,
조금 흘리며 아래쪽까지 흘리며 톡톡 짧게 쳐주는 방법이 주효하는 경우도 있다.
짧고 강하게, 하지만 쏘가리의 주둥이와 너무 멀어지지 않게 하는 것을 기억하자.


* 쏘가리를 만나면 이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지난 주말(3월 5일) 영산강의 용산마을 대나무밭 아래 포인트에서
2006년 첫 쏘가리를 만났다.
겨우내 주린 손맛을 보상이라도 하듯 ‘톡’하며 일격에 나의 루어를 공격하고
쿡쿡 물속으로 처박아주는 손맛을 선사해 주던 쏘가리들..
그런 즐거움에 몇 백킬로의 먼 길도, 손끝이 아리는 초봄의 매서운 강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조춘(早春) 쏘가리를 만나려 하는 것이 아닌 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해마다 다르게 영산강에서의 쏘가리와 배스의 개체수 비율이 역전되고 있는 것이다.
4~5년 전까지도 영산강 쏘가리 포인트에서 배스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여러 명이 하루 종일 낚시해도 한 마리 볼까말까 하던 것이 이제는 배스 열댓마리에 쏘가리 한 마리 꼴이다.

이제 사람의 힘으로 배스를 없앨 수도, 쏘가리를 늘릴 수도 없다.
하지만 배스는 잡았다가 놓아주고, 쏘가리는 꿰미에 꿰어 집으로 가져가는 이상스런 룰을
쏘가리에게 적용하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서두에 말했듯이 민물 루어 어종 중의 최고봉인 우리의 쏘가리
하지만 우리의 그 쏘가리는 이제 갈 곳이 없다.
각종 오폐수에 강물은 오염되고, 불법어로 행위로 인해 무분별하게 남획되고,
이제는 강계에까지 퍼진 배스와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그들을,
쏘가리 낚시인들까지 나서서 크기를 불문하고 꿰미에 채워간다면
진정 쏘가리는 이제 갈 곳이 없다.

쏘가리...이제는 기쁘게 만나고 즐겁게 놓아주자...


중국의 격언중에 이런 말이 있다.
‘들은 것은 잊게 되고, 본 것은 기억하고, 행동한 것은 이해한다.’

강변의 바람이 제법 따스해진 이 때~!
조금 일찍 강가로 나서서 조춘(早春) 쏘가리를 잡아 본다면,
조금 더 일찍 내 몸과 마음 깊숙이 봄을 받아 드리는 것은 아닐까?
 
 
*팀쏘가리 운영자인 네버마인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