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이 공룡을 가자시길래 전날 갑자기 잡힌 술자리의 푸짐한 안주에도 몸을 사리고,
몸을 잠깐 누인후 새벽부터 길을 나섭니다.
새벽 4시쯤 한계령에 도착하니, 안개가 자욱하고 바람까지 쌀쌀하게 불어옵니다.
평일인지라 그런지 유난히도 한적한 주차장... 등산객을 싣고왔을 차량만 너댓대 보입니다.
어둡고, 안개비가 살짝 내려 사진도 안찍고 4시 13분 등산 시작..
주변이 밝아올때까지 둘이서 수다떨면서 무작정 걷기만 합니다. ^^;;
오전 5:00경, 한계령에서 시작해 첫번째 능선에 오르니 날이 밝아옵니다. 한계령 동쪽으로는 아주 짙은 구름이 깔려있습니다.
같이 가신 형님은 축지법을 쓰는지 쓩~~~하고 달려가시네요
기온이 낮은듯 한데도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후덥지근 합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한계령삼거리를 향해 두번째 오르막을 오릅니다.
삿갓바위라 그러던데, 이 바위가 가까이 보이면 한계령삼거리가 얼마남지 않은겁니다.
귀때기청봉은 두번 가봤던 거로 기억됩니다.
한번은 비오는 날 장수대에서 한계령 코스로,
또한번은 한계령에서 남교리 코스로...
학교다닐때도 두번쯤 왔었던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ㅎㅎ
오늘은 대청봉쪽입니다.
삼거리에서 햄버거와 우유, 과일, 삼각김밥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또 걸음을 재촉합니다.
멀리서 보니 동물 한마리가 앉아있는듯 합니다.
시정은 별로 좋지않지만, 구름 한점없이 햇살이 뜨거운 날입니다. 바람도 거의 없습니다.
6월말인데도 이곳은 진달래에 철쭉에, 온갖 꽃들이 한창입니다.
오전 7시 38분... 끝청에 도착했습니다. 한계령에서 3시간이 넘게 걸렸네요...
운동도 안하고, 맨날 무리해서 일하고 먹기만 해서인지 이전에 몇번 다녔을때보다 더 힘든것 같습니다.
오늘은 오른쪽발도 그렇고 무릎도 그렇고 그닥 좋지가 않네요...
대청 찍고, 공룡능선 타고 마등령에서 설악동으로 하산할 계획인데, 몸 상태가 그닥입니다...
운해가 남설악(오색)쪽은 한계령에 막혀서, 외설악(설악동)쪽은 공룡능선에 막혀서 내설악으로 넘어오지 못하고 갇혀있습니다.
함께 가신 형님이 구름이 공룡능선을 넘어오지 않았으면 하고 기대를 하시더군요. ^^
이곳에 와서야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났습니다.
수십번 설악산 등산을 하면서 오늘처럼 한적한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비선대까지 내려오면서 만난 등산객들이 나들이 삼아 오신것 같은 분들까지 포함해도 스물댓명 정도밖에 안되었던거 같습니다.
용아장성... 시작부근에 봉정암도 어렴풋이 보입니다.
이제 대청봉에 거의 다 와갑니다. ^^;;
대청봉 정상에는 6~7명 정도가 중청봉 이전에서도 들릴정도로 큰소리로 한참동안 구호같은걸 외치며 시끄럽게 합니다.
처음에는 군인들인가 했는데, 대청봉을 오르다 보니 무슨 단체나 회사에서 온 사람들 같더군요...
기개(?)만 키우지말고, 개념도 좀 채우고, 뭐든 적당히 하는게 좋겠죠? ㅎㅎ
오전 8시 28분... 대청봉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좀 늦었네요~
화채능선 방향은 온통 구름으로 덮여있습니다.
대청봉에는 그늘이 없어 중청대피소쪽으로 조금 내려오다가 바위아래 자리를 잡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구름이 공룡능선을 넘어옵니다.
같이 오신 형님이 공룡능선을 타도 구름속에 갇혀서 풍경이 하나도 안보일거라고 무척이나 아쉬워하시더군요.
몸상태가 메롱~인 저는 핑계거리가 생겼습니다. 못가겠다고, 천불동으로 내려가자고 보채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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